김머쉬룸

김머쉬룸은 자신을 타자화하는 과정에서 한 개인이 겪는 내면적 아이러니를 셀 애니메이션을 통해 극대화하여 표현한다. ‘아이러니(irony)’란 슐레겔의 표현에 따르면 ‘자기창조와 자기부정이 교대하는 순환고리를 만들어내는’ 사유 운동이다. 즉, 양 극단에 위치한 개념을 진자 운동을 하듯이 오가는 것이다. ‘아이러니’는 <XX속으로>와 <Behinds>의 주제뿐만 아니라 작품의 형식적-의미적 요소를 모두 관통한다.

작품 형식적으로 표현된 아이러니는 화면 구성요소 간의 대비를 통해 드러난다. 화면의 주요 구성요소로는 ‘표현’과 ‘속도’가 있는데, ‘표현’은 다시 ‘표현기법’과 ‘표현물’로 나뉜다. 장면마다 정교한 표현 기법이 돋보이는데, 한 동작 한 동작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화면이 느린 속도로 전개되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정교하고 느린 듯한 화면의 흐름과 긴박하고 고통스러워 보이는 아기의 표정과 몸짓의 대비로 인해, 작품 전반적으로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작품의 의미적 아이러니는 작품 주제와 결부되어 드러난다. 작가 노트에 따르면 작품 속 ‘아기’는 작가 자신의 아기 시절을 타자화한 것이다. 김머쉬룸은 이에 대해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아기였던 나를 타자화하고 혐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말대로, 작품의 러닝타임 내내 ‘아기’를 혐오하고 괴롭히는 듯한 장면이 이어진다. 들뢰즈에 의하면 타자의 얼굴은 주체의 지각을 확장하는 하나의 가능 세계인 ‘무서운 세계’를 담고 있다. 이때 ‘무서움’은 타자와의 만남 이후 맞이할 미래, 즉 새로운 잠재력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 과거의 ‘나’를 타자화하는 것은 이중적인 두려움을 자아내는데, 이는 타자의 얼굴을 마주할 때 다가오는 잠재적인 두려움과 이미 ‘내’ 안에 그 모든 것이 내재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섬뜩함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잠재성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현재와 미래에 걸친 개념으로, 타자의 얼굴을 마주함과 동시에 ‘나’는 과거의 존재가 된다. 결국 ‘과거의 나’를 타자화한 <XX속으로>와 <Behinds>는, 대과거의 ‘나’를 타자화한 ‘과거가 된 나’와 타자화를 통해 표현된 ‘잠재태 속의 나’가 공존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아이러니를 일으킨다. 이러한 카오스적인 사유들은 작품 속 빈번히 등장하는 ‘검은 점’을 향해 모인다. 복잡한 사유의 파편들은 검은 점을 통해 이내 사라진다. 숨 가쁘게 도망치던 타자인 ‘아기’와 ‘나’ 사이의 간격 역시 검은 점을 지나 빠르게 줄어들고, 마침내 그들은 서로 만나게 된다.

작가는 이 검은 점을 ‘혐오의 상처가 만들어낸 깊은 구멍임과 동시에 자궁이 연상되는 생명의 근원지’라고 말한다. 소멸과 생성이 공존하는 이 블랙홀과 같은 구멍을 지나 타자화 했던 ‘아기’가 곧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자기 모순’은 종료되고 동시에 ‘자기 혐오’가 완성된다. 이때 개인은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가 결국 하나라는 사실을 절감하며, 자신을 온전히 돌아볼 기회를 얻게 된다. <XX속으로>와 <Behinds> 속 아기의 호흡을 따라 블랙홀 속으로 상념을 던져보면, 그 상념의 소음이 사라진 고요 속에서 진정한 ‘나’의 목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른다.

이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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