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이​

 

인간의 몸은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등장한 소재다. 미술사는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을 시작으로 몸의 비율, 선과 형태를 연구하면서 이상적인 신체를 추구했다. 결국 신체는 서구의 주요한 소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고전주의적 신체는 남성 중심적 시점을 통해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한정적이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주체와 대상의 관계에 얽매인 신체는 남성이 남성을 위해 제작한 신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분법적 구별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현대 사회에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사회 전반에 지배적으로 작용한다.

우리의 몸은 앞서 말한 완벽성을 추구하는 고전주의적 신체와 거리가 멀고 복잡한 것이다. 고전적 예술에서 현실적인 몸을 거부하고 금기시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생로병사를 겪고, 섭취하고, 배설하는 반복적인 행위를 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죽음을 연상케 하여 혐오스럽고 역겨운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이상적 몸을 추구하는 고전주의 미술에서는 이를 배제하고 멀리했다. 이론가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이와 같이 고전주의 예술에서 주목하지 않던 ‘제외된 것(jettisoned)’을 ‘아브젝트(abject)’로 제시한다. 아브젝트란 주체가 타자로 규정하고 배제한 모든 혐오스러운 것이다. 이 개념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들어서면서 일부 여성 작가들에게 신체 표현의 대안적인 방향성을 마련하고, 미술사에서 주요 소재로 자리 잡게 되었다.

 

김제이 작가는 ‘남성과 여성’, ‘주체와 대상’과 같은 이분법적 구분에 대응하기 위해 크리스테바가 제시한 신체의 비천함(abjection)을 작품에 드러낸다. 작가는 페미니즘과 퀴어 문화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서, 젠더와 몸의 관계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성별에 따라 구별되는 신체적 차이에 대한 이질감을 느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고전적 미술에서 현대까지 이어진 신체성의 개념을 문제 삼고, 이에 대안적인 육체를 정의하고 예술적 가치를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미화된 신체를 부정하고 자신만의 이미지로 재해석한다.

이번 전시에서 김제이 작가는 세 가지 시리즈를 통해 이러한 고민의 과정 속에서 찾은 신체를 시각화하여 선보인다. 각 시리즈는 인간의 몸과 관련된 형태나 행위를 아브젝트화 하여 시각과 촉각을 자극한다. <Lumps>시리즈에서는 몸을 살덩어리, 종양과 자라나는 세포 등 신체의 가장 본질적 요소로 정의하며, 규정할 수 없는 덩어리들을 오브제로 제작해 직관적인 혐오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어 <Drops>시리즈는 성적 행위에 대한 ‘로망’을 걷어내 그 과정에서 남은 점막과 그 사이를 뚫고 교환되는 체액을 설치 작업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는 성행위의 감정 없는 반복성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며 감상자에게 불쾌한 감정을 안겨준다. 마지막으로 <Toys>시리즈에서 전시된 작은 조형물은 몸의 일부를 연상케 하는 장난감들이다. 이 작품에서 관람객은 장난감을 자유롭게 해체하고 조립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어린아이처럼 촉각을 통해 새롭고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과거의 신체성이 보편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다면 현대의 신체성은 다양한 입장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드러낸다. 아브젝트 역시 이러한 과정 속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이를 통해 가장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몸을 직면하게 되었다. 김제이 작가는 이러한 맥락 안에서 자신만의 아브젝트를 통해 작가의 언어로 함축된 신체의 충격과 그로테스크를 작품으로써 드러내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안겨준다.

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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