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a

 

“행위로 정지된 사물 간의 움직임은 시간적, 공간적 배치 속에서 감각을 극대화한다.”

-작가노트 中

 

혐오는 원초적 감각의 일환이다. 인간은 위협과 공격을 가하는 외부 세계의 물질로부터 끊임없이 투쟁한다. 이들은 구토물, 시체, 점액성의 물질, 부패하는 존재가 내포하는 유한성의 관념을 거부한다. 결국 혐오는 원초적 대상에서의 관념에서 기원하며, 점차 그 외의 대상으로 번지기도, 혹은 일반적인 관념으로 굳혀지기도 한다. 이에 혐오의 감각은 첨예해지며, 인지적 과정은 끊임없이 확장한다. 박주영은 사물과 관념에서의 필연적으로 여겨지는 인지 과정을 교란한다. 에드몽 로카르의 법칙을 인용하여, “접촉하는 두 개체가 주고받는 흔적”을 주동하는 것이다.

닭은 끊임없이 가공되는 존재다. 그것의 가공은 본래의 형태를 잃게 하곤 결국 타자의 만족을 위해 소비된다. 쉽게 무르고, 분절되며 물드는 생닭의 표면은 살갗과 닮아있다. 참여자는 피부를 상징하는 존재로서의 생닭을 마주한다. 작가가 배치한 행렬 속에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적는다. 작가의 경험에서의 쓰기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또는 외부의 소리를 듣기 위한 수단이다. 무형의 존재를 가시화하기 위한 반복적인 행위가 사물 위에 의도적으로 구현된다. 작가는 한정된 공간과 시간 속에 본연의 행위를 참여자에게 양도한다.

사물의 정체성, 또 타인의 정체성이 각인된 의식 속에서 작가는 사건의 주도자이다. 혹은 관찰자이거나, 행위를 목격 받는 대상이 된다. 그러나 닭과의 신체적 결속을 시도하며 작가는 쓰기 행위에 참여한 이들을 일괄한다. 참여자를 응축한 흔적이 작가에게 전이된다. 흔적을 덧입은 작가는 관객을 대표하며, 더 나아가 보편적 행위자의 지위를 얻는다. 작가는 참여자를 향해 돌을 던지는 행위를 반복한다. 팔을 뻗어 물체를 특정 대상에게 던지는 그의 행위는 위협과 폭력의 오래된 관습이다. 작가는 폭력의 주체가 되지만, 교차하는 이미지에 의해 이를 무력화한다. 참여자는 작가에 의해 던져지는 무형의 폭력을 목격한다. 동시에 흔들리는 돌 위에 선 채로 끊임없이 상황을 의심하며, 실존하는 경험에서의 당착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는 할당된 공간에서의 개인적인 분투를 벌인다. 작가가 배치한 돌 위에 올라선 이들은 무게를 지탱하는 연약한 지지대에서 발을 딛고 오르기를 반복한다. 타자와의 간격이 요동하는 공간에서 참여자는 사물과 행위에 깊게 내재한 폭력의 전복을 목격한다. 다수로 뭉쳐진 ‘탈’을 쓴 사건은 이들을 점차 흡수한다.

박주영은 한정된 공간에서 사물과 관계한다. 작가에 의해 배치된 사물과 참여자는 특정한 의도로서 존재한다. 무관했던 개별 요소는 화합하며, 사물은 시간과 공간의 우연성 속에서 변질된다. 이 과정에서 행위는 관념의 전복을 겪는다. 쓰기 행위에서 비롯된 표식의 기능은 더 나아가 목격자-행위자의 관계를 정의한다. 위협을 의도한 행위 또한 관념과 감각의 허물을 쓴 채 폭력성을 상실한다. 행위에서의 쉽게 전복되는 관념은 혐오의 확산과 닮아있다. 혐오는 우연과 의도의 맥락 안에서 쉽게 파생되며, 불분명한 대상에게 무한히 전파된다. 쉽사리 기능을 손실하는 사물과 행위의 가변성은 혐오의 연약한 위치를 대변하여 그 지위를 무너뜨린다.

유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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