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임리하-박주영b

 

참여자

윤혜린 진행자, 임리하 작가, 박주영b 작가, 강혜지 큐레이터

일시

2020년 1월 18일 월요일 19:30pm-20:30pm

Q 1. 간단한 작가 소개와 전시기획 배경

임리하 : 저는 임리하, 옆에는 같이 작업한 박주영 작가이고요, 저희는 팀으로 활동을 하기도 하고 각자 개인 작업으로 페인팅이나 판화를 하기도 합니다. 2017년 즈음에 처음으로 영상 설치 작업을 같이 했고, 그 이후에 1년 반 동안 스타트업을 진행하기도 했고, 지금 2020년도에 이번 프로젝트로 같이 또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박주영b : <구멍을 몇 개 더 뚫어야 벽이 무너질까>라는 프로젝트는 본인이 만들어낸 경계로 인해서 내면에 균열이 생기고, 또 분리되는 모습을 이야기 형태로 표상한 프로젝트입니다. <드림 오브 드림하우스>라는 영상 작업과 <드림하우스>라는 미니어쳐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영상 작업에서 임리하 작가는 각본과 사운드를 맡았고, 저는 연출이랑 편집을 맡았습니다.

강혜지 : 전시 주제로 ‘혐오’라고 하면 어렵지 않나, 피상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처음에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또 생각해보니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흔하게 보는 단어이고 또 경험하는 감정이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부터 기획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혐오라는 것에 대해 순환적인 속성을 찾아서 이것을 감각, 타자, 사회, 개인이라는 흐름으로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Q 2. 전시에 참여하게 된 계기

임리하 : 평소에 비슷한 주제로 생각을 많이 했었고, 작년에 이 작업을 기획하기 전부터 주영 작가와 인간의 감정이 어디서 태동하고 어디로 향하는지, 또 그런 걸 한 개인이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작업이 되었고, 나중에 작업 윤곽이 거의 다 잡혀갈 때쯤, 이 전시 기획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 혐오라는것들이 이번 작업에서 저희가 메인으로 담고 싶었던 주제인 내면이나 우아한 덮은 이러한 것들이 충분히 포섭되는 지점들이 있어서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박주영b : 저는 혐오라는 주제를 접하고 나서 계속 생각 해봤는데, 제가 혐오를 상당히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누군가혐오 표현을 할 때 그게 나한테 끼치는 영향이나 그것으로 인해 나한테서 또 다시 태동하는 혐오의 감정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혐오가 단일하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점점 퍼져나간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작가분들은 이런 걸 어떻게 표현하실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Q 3.  작품 제작 과정과 영상 속 등장인물의 이름

임리하 :  동그라미 네모는 제가 각본을 쓰면서 편의상 임의대로 지정한 이름이고, 이름에 따라서 어떤 특성이 부여되지 않았으면, 가장 중의적이었으면 좋겠어서 가장 흔한 동그라미와 네모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동그라미, 네모는 1인 2역으로 여기 주영 작가가 연기를 해 주셨어요.

박주영b : 제가 전문 연기자도 아니고 이전에 연기를 정식적으로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긴장이 많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연기를 1인 2역으로 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부자연스러웠는데 리하 작가님께서 디렉션을 많이 주셨고 점차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Q 4. 미니어처 작업 <드림하우스>에 대하여

박주영b : 저희한테는 극 중에서 실제 공간으로 제시되는 공간이 네모의 방인 것이 상당히 중요했어요. 관객이 영상을 볼 때 네모의 방이 나오는 초반 신에서는 인물의 감정에만 집중을 하지 그 인물이랑 공간이 갖는 관계에 대해서 의심할 여지가 없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으로 넘어가서 동그라미와 동그라미가 살고 있는 미니어쳐가 제시될 때에는 그게 이질적으로 합성되었다는 것을 관객이 알고 있어요. 그런데 동그라미는 그것이 자신의 집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한편 영상을 보는 제삼자인 관객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전시를 동그라미의 미니어쳐 하우스를 전시하는 게 나을까, 혹은 네모의 방을 미니어쳐로 만들어서 제시하면 또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고요. 똑같은 장소가 실제 사람이 살 수 있는 장소로 등장을 하고 또 살 수 없는 미니어쳐 하우스로 겹쳐졌을 때 그게 관객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했던 것 같아요. (중략) 재료적인 부분은 찰흙, 나무, 플라스틱이랑 포멕스 이런 것들이 사용되었습니다.

Q 5. 작품 제작 배경

윤혜린 : 집주인 동그라미는 방문자 네모를 만나서 '구질구질함'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타자를 혐오하던 속성을 자신에게서도 발견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임리하 : 거창한 경험이나 계기랄 것은 없고요, 다만 제가 지인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평소에 자신을 향한 혐오나 이미 사회에서 만연한, 가시화되고 논의가 된 혐오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편 또 은밀하게 타자를 향한 비가시적인 혐오를 아무렇지 않게 당당하게 하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역설적인 부분을 보면서 왜 저러지, 경우가 심할 때는 역겹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이 작업을 처음 기획하게 되었는데, 근데 작업하다 보니까 계속 드는 생각이 나도 똑같다, 사람은 다 그럴 수 밖에 없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 작업을 보는 관객들도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되물어 봤으면 좋겠다, 하는 취지에서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박주영b : 저는 질문 주신 것처럼 발견의 순간은 아니지만 제가 예전에 저 나름대로 명확한 기준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다른 것들이랑 저를 분리하는 태도로 스스로를 정립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작게는 취향 문제도 있겠지만 나의 행동이나 가치관적인 부분에서도 계속 그런 식으로 분리를 시켰고, 심지어는 과거의 나를 지금의 나와 분리시키면서 밀어내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내면에서 자꾸만 부정하고 싶은 부분이 생겨나니까 이걸 어떻게 할지 계속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윤혜린 : 조금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한편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흔히 페르소나라고 하잖아요. 지금도 아니라고 부정은 못 하겠지만, 과거의 저는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페르소나를 장착하고 미움받지 않으려는 행동을 하기 싫어도 하다 보니까 속이 곪더라구요. 그때 가장 강한 자기혐오를 느꼈던 것 같아요. 밖에서는 누구보다 밝고 싹싹한 저였지만, 집에 가면 그렇게 무기력할 수가 없었어요. 그때는 후자의 제가 진짜의 저인 줄만 알고 페르소나와의 괴리감 때문에 힘들어했었는데요, 나이가 들고 돌이켜보니 사실 그 둘 다 저였다는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아요. 어쩌면 제 안의 동그라미와 네모는 동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합리화인지도 모르겠네요.

강혜지 : 저는 작품을 보면서 동그라미가 네모에게 하는 혐오의 출발점이 결국 자신이 가리고 싶어했던 자기혐오에서부터 출발한 타자에 대한 혐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주영 작가님께서 설명하는 출발점과 더 닿아 있는 것 같은데, 작가님은 자신의 내면에서 분리하면서 타자가 된 속성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요?

박주영b : 그런 건 방심하는 순간 다가오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해결은 못 했고,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으면, 전만큼 충격을 받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이 나에게 있구나 하고 이걸 내가 고치거나 바꿀 수 있는 부분인지 살펴봐요. 그리고 어쩔 수 없다면 진짜 어쩔 수 없는 거죠.

Q 6. 네모의 방문

윤혜린 : 집주인 동그라미는 방문자 네모에게 문을 열어주는데요, 전 한편으로는 그런 행동이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외부인을 안락한 집에 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는 동그라미가 위선적인 면모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또 용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임리하 : 그렇게 해석해 주시니까 흥미롭게 들리는데, 제가 각본을 쓸 때 동그라미가 문을 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그 이전에 악몽을 한 차례 꾸고, 또 악몽을 한 차례 더 꾸다가 천둥·번개가 치는 와중에 잠에서 깨게 되는데요, 그 사실 자체가 너무 무서운 거죠. 티비가 자꾸 혼자서 켜질 것만 같고. 그래서 그런 무서움에 질려서 누가 “혹시 누구 계세요”라고 했을 때 “어, 네 누구라도 들어오세요”, 겁에 질려서 뒷걸음치다가 문을 열게 된, 이런 설정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말씀해 주신 것대로 용기처럼 보일 수 있겠네요.

Q 7. '꿈'이라는 장치의 활용

임리하 : 꿈에서는 모든 게 논리정연해 보이잖아요. 제가 꿈을 매일 꾸는데, 시공간이 뒤틀리고 인과관계가 다 뒤틀려 있어도 어쩐지 꿈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그것에 맞추어서 행동하게 되는데, 꿈에서 깨는 순간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었는가를 깨닫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런 터무니없음에서도 저희는 어떠한 그리움이나 깨달음을 얻을 때도 있고요. 그래서 영상 작업에서 주인공인 동그라미가 최초에 꾸었던 악몽은 완전한 허상, 그러니까 완전히 타자화된 어떤 것들인 동시에 스스로가 왜인지 주체인 듯한, 거기서도 기시감을 느끼고 그런 이중적인 것들을 전체적으로 놓고 싶었습니다.

박주영b : 말씀 주셨던 연출 기획할 때 참고가 되었던 작품들을 꼽아 보자면,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라이트하우스>라는 흑백 영화를 참고했고요, 그리고 표현주의 흑백 영화들도 참고했고, 현대 미술 작가 한스 옵 드 벡 정도를 참고했어요. 조명이나 사운드적인 부분에서도 일부분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Q 8. 자기혐오에 대항하는 힘과 이를 위한 예술의 역할

윤혜린 : 자기혐오는 외재적 요인에서 많이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내외부의 계속되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기혐오를 줄이거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 또 자기중심을 확립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예술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요?

박주영b : 말씀해 주셨듯이, 혐오는 외재적 요인으로부터 많이 출발하고, 주변 환경적인 요소가 굉장히 큰 것 같아요. 혐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사회일 때, 타자화된 개인의 마음이 쉽게 병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말을 해 보자면, 자신의 상황과는 다른 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상황이나 처지가 당연한 게 아님을 보여주는 게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임리하 : 저는 조용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출발점일 것 같아요. 저는 그랬거든요. 남이 보는 내가 아니라 진짜 나. 이게 요즘 흔히 유행처럼 번지는 말이기는 한데, 저는 가끔 자기 전 누웠을 때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 중 하나가 눈꺼풀, 미간, 인중, 콧볼 하나하나에 힘을 푸는 거에요. 의식적으로 힘을 풀다 보면 중력 같은 게 얼굴에서 느껴지거든요. 이렇게 온몸을 이완하고 나면 가운데로 무게가 몰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저는 이런 행위가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 왜인지 모르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비단 이런 것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던지, 명상을 하던지 어떤 방법으로든 일단 자기에게 달라붙은 언어들을 분리해내는 훈련이 필요하지 않나. 그러니까 사람들이 자기에게 붙은 수많은 형용사들이 사실은 진짜 자기가 아닐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에 스스로를 옥죌 필요는 없으니까, 이게 진짜 나로부터 출발했는지 아니면 타인이 나에게 붙여 준 것인지 구별하는 것, 그런 가닥만 잡더라도 스스로가 많이 단단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까닭 모르고 앓으면 훨씬 더 기분 나쁘게, 오래 가듯이 이게 내 것이다 아니다, 그렇다면 이걸 내가 고칠 수 있는가. 이러한 것들을 파악해 내는 것들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Q 9. 향후 작업 계획

임리하 :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조금 막막하죠. 오랜 학업 기간을 끝마치고 모든 것들을 완전히 스스로 기획해야 하니까. 그런데 저희는 이미 다음의 공동으로 하는 작업 하나가 진행 중에 있고, 따로 기획하는 것도 있고, 작업은 훨씬 더 전투적으로 열심히 할 예정이고, 저도 내년에 대학원 진학 준비를 하고 있고.

박주영b : 저는 지금 일을 하고 있어서 작업과 병행하면서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현장 Q&A

윤혜린 :  ‘영상에서 집주인 동그라미의 집은 세트장 같으면서도 미니어쳐 같은데요, 어떠한 곳에서 찍으신 것인지, 그리고 미니어쳐스럽고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을 의도하신 것인지도 궁금하다’고 합니다.

박주영b : 미니어쳐 하우스는 저희가 직접 동그라미 집을 제작하고 인물 촬영본을 그린 스크린에서 찍고 그 둘을 합성한 거예요. 동그라미의 미니어쳐 하우스를 굉장히 다양한 각도에서 미리 촬영해 놓고 그거에 맞게 합성을 한 것이고요. 저희한테는 동그라미의 집과 동그라미가 이질감 없이 착 붙어서 의심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관객분들이 미니어쳐 하우스와 인물이 합성되었을 때 그 이질감을 느끼는 게 중요했습니다. 아까 임리하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마치 꿈에서 깬 것처럼 관객은 그것을 객관화하여 보고 있고, 동그라미는 마치 꿈 안에서처럼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거죠. 거리감을 두고 바라볼 수 있도록 연출했습니다.

임리하 : 저희가 처음 연출 기획을 할 때, 충분히 실제 공간을 대여해서 촬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공을 들여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하고 미니어쳐를 따로 제작하여 다 합성을 하는 수고를 들였던 게, 이질감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 본 글은 '작가와의 대화'의 대화록을 참고하여 부분 발췌, 정리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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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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