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치명타

참여자

윤혜린 진행자, 치명타 작가, 조원영 큐레이터

일시

2020년 1월 18일 월요일 18:00pm-19:00pm

Q 1. 간단한 작가 소개와 전시기획 배경

치명타 : 안녕하세요. 저는 치명타라고 합니다, 저는 다양한 속성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이들은 흔히 사회적으로 ‘소수자’라고 일컫는 사람들일 텐데요, 이들이 존엄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가는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것을 주시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기록하고 가시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P에 대한 혐오> 전시에는 <메이크업 대쉬> 작품 중 두 가지와 <실바니안 패밀리즘> 다섯 가지 에피소드 중 세 번째와 네 번째 작품을 출품했습니다. <메이크업 대쉬>의 경우 제가 2017년에 했던 유튜브 업로드 작업인데, 제가 직접 뷰티 유튜버가 되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메이크업을 하고 그것을 기록해서,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그리고 아름다움이 어떤 식으로 규정이 되는 것이 건강한지에 대해 화두를 제시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실바니안 패밀리즘>의 경우는 ‘실바니안 패밀리’라고 하는 동물 가족 인형이 있어요. 그 인형의 세계관은 일종의 정상 가족 문화를 답습하는 세계관인데, 저는 이것을 전복하여 정상 가족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다른 소수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커뮤니티가 서로 연대하고 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지점들, 그런 것들을 화두로 제시하는 영상 작업입니다.

조원영 : 저는 치명타 작가님을 담당하는 큐레이터이자 기획과 운영을 총괄하는 팀장이기도 합니다. 전시 주제를 제가 먼저 제안을 했는데, 요즘이 혐오의 시대잖아요, 혐오가 만연하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고, 그래서 이것이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혐오라는 감정이 원래는 더러운 것, 아니면 위협적인 것에 대한 기피의 감정에서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이것이 타자나 사회로 옮겨 온다고 생각해서 저희가 감각, 타자, 사회, 개인이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전시를 구성했습니다. 치명타 작가님의 경우 사회 부분을 담당해주고 계십니다.

Q 2. 전시에 참여하게 된 계기

치명타 : 전시 같은 경우에는 옆에 계신 조원영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이러이러한 기획의 전시를 꾸리는데 작업을 <메이크업 대쉬> 관련해서 출품을 해 주시면 어떻냐 제안을 해 주셨어요. 그래서 처음에 그 전시 제안을 받았을 때 전시 주체가 홍익대학교 학생분들, 전시 기획을 주로 하시는 학생분들이 꾸린 전시라고 들어서 제가 대학 다닐 때가 생각이 났어요. 저는 현업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전시를 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한다고 생각했을 때, 그게 어떤 마음에서 그런 제안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재미 요소, 흥밋거리를 가지고 그런 제안을 할지 그런 게 가늠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감사하게 느껴졌고, 전시를 수락하게 되었고요. 그리고 두 작품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주제로써 다루는 적이 처음이어서 제 작품을 17년도부터 19년도까지 같이 볼 수 있는 자리로 의미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3. 영상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 가능성

윤혜린 : 작가님은 채택하신 영상 형식에 대하여 비판적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이런 콘텐츠들에서 작가님은 어떤 긍정적 가능성을 발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치명타 : <메이크업 대쉬> 작업을 언급하여 이야기를 하자면, 2017년도에는 뷰티유튜버 붐이 한창 시작되어서 흥행하는 시기였는데, 그때도 물론 다른 가치들을 이야기하는 유튜버도 있었지만, 획일화된 주류는 아름다움과 여성의 예쁨 이런 것을 상찬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많았어요. 그런데 그때와 2020년도를 비교하면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해진 거죠. 여성이 당연히 여성스럽고 예쁜 여성도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는 나만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의해서 이런 식의 꾸밈을 한다, 또는 ‘나는 꾸밈을 포기한다’, 또는 ‘나는 꾸밈의 수위를 내가 어느 정도 조절해서 이렇게 나는 살겠다’하는 식의 다양한 여성 스펙트럼이 있어서 이제 그런 것을 보다 보면 어떠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나의 획일화 된 가치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고, 그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계속 넓게 번져 가고, 다양한 목소리가 중요해진다는 것에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4. 정보사회의 혐오에 대항하는 힘

윤혜린 : 온라인 확산이 용이한 영상 매체로 작업을 하시니 여쭈어봅니다. 영상 매체의 특성으로 편집이 쉽고, 정보의 확산과 저장에 한도가 없고, 실감 나는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이러한 온라인 환경에서의 혐오에 대해 생각해보신 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정보 사회에 혐오와 혐오에 대항하는 힘의 성격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치명타 : 온라인 시대에 혐오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혐오 발언이나 아니면 혐오를 하는 상황 이런 것들이 실시간으로 생동감 있게 타자에게 빠르게 전해진다는 것이 특성 같아요. 그야말로 누구나 핸드폰을 하나씩 가지고 바로 영상을 찍거나 SNS에 글을 올려서 자기 생각을 어필할 수 있는 게 온라인의 장점이다 보니까 어떤 발언이나 행동에 있어서 조금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차별하고 혐오하는 말들의 확산이 더 빠르고 많이 번져 나가고 모든 사람이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는 그런 게 특성일 것 같아요. 이와 관련하여 ‘정보사회의 혐오에 대항하는 힘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받고 또 생각했던 것은 제가 앞서 이야기해 드린 대로 확산이 용이해지고 누구나 그런 식의 발언을 쉽게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정보사회의 혐오의 성격이라고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면하고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지속적인 힘이 대항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을 해요. 그래서 원래 연대라는 것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목소리를 퍼 나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혐오 등에 대항해 오던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연대하는 방식이 더 다양해졌다고 할까요. 활용할 수 있는 가짓수 중에 온라인 정보도 활용하고, SNS를 활용해서 실시간으로 연대를 요청한다거나, 실시간으로 해시태그를 달아서 사안의 긴급성을 알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활용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여전히 대면하고, 계속 이야기하고 지속적으로 하는 그런 힘이 대항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5. 현장미술가가 되는 일

윤혜린 : <실바니안 패밀리즘>에 대한 질문입니다.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실바니안 패밀리의 기존 패키지 의상을 벗겨내고, 새로운 의상을 입히고 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작업과정 자체가 실천적 예술가의 역할을 대변하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사회적 연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예술을 통한 행동에 그치지 않고, 직접 소수자의 입장 그리고 그 현장에 서서 다른 방향을 향해 발화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치명타 : 이 질문에 관해서 제가 사전 논의에서는 현장에서 받는 에너지의 추동, 그리고 그것이 제가 시혜적인 입장으로 가는 것이 결코 아니라 우리가 서로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에너지가 있다는 식으로 답변을 드렸어요. 그 답변 이후 생각을 더 해 보았습니다. <실바니안 패밀리즘>같은 경우는 제 주변에 늘상 존재하는 성 소수자 동료들, 트랜스젠더 동료들. 이분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실제로 존재하는 그이들의 삶과 그이들의 주장 이런 것들을 알고 있는데 이것을 작업으로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어떤 부분이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그들을 당연하게 포함하지 않는 어떤 세계에서 그 세계를 전복해서, 이 사람들은 당연히 존재해야 하고 이들이 얼마나 가치 있고 존엄한 삶인지를 이해하는 걸로 작업을 꾸려 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실바니안 패밀리라는 인형을 원래 좋아하기도 했고, 좋아하면서도 아이러니한 것은 그 인형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이 인형의 세계관은 제 입장에서는 끔찍한 세계관이거든요. 그러니까 엄마, 아빠와 아들, 딸이 있는 무조건적인 4인 가구에다가 요리는 엄마만 하고, 남자 인형이 의사로 들어가 있고. 이런 것들을 보면 굉장히 끔찍한 젠더적인 규범을 따르고 정상 가족의 틀을 답습하는 그런 구조인데, 그것을 수동적으로 그냥 이 인형이 귀여우니까 가지고 논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이 잘못된 세계를 어떤 식으로 전복해서 또 다른 식으로 꾸려서 능동적으로 가지고 놀 수 있을까를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바니안 패밀리즘>이 작업으로 나온 것 같고, 원래부터도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고 할 때 민중미술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본격적으로 인권활동을 하면서부터 현장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인권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아저씨들이 해고 농성을 하셨는데, 그 현장에 연대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Q 6. 작품 속 의사 전달 방식

윤혜린 : 작가님의 작업은 사회가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측면을 꼬집지만, 유머스러운 분위기를 통해서라든지 아니면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든지 하는 특유의 전달 방식이 돋보이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을 의도하면서 작업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치명타 : 작업을 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그렇게 거창하게 드릴 이야기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해 오면서 어떤 식의 전략을 취해야 하겠다 마음먹은 이유가 있어요.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그것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복잡하고 다양하고 어려운 그런 이야기일 수 있어요, 어떤 사람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이것을 창작자가 작업한다고 할 때 어떤 식으로 변환해서 관객에게 보여줄 것이냐, 그게 저한테 달린 거죠.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심각하면 심각한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이야기가 많으면 많은 대로 그렇게 작업을 했었어요. 그러니까 보는 사람이 전혀 못 알아듣더라고요. 주변인들이 제 작업에 대해 피드백을 해줄 때 네 작업은 너무 다양하고, 어렵고,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일 중요한 핵심적인 메시지가 안 보인다. 이런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그렇다면 쉽고 알아듣기 편하게 작업을 하려면 어떤 식의 방식을 취해야 할까 생각을 하다가 전략을 짜게 된 게,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일수록 좀 더 단순하고 알아듣기 쉽게 어떤 방식을 차용해야 될 텐데, 그 부분에 있어서 유머코드라던가 일상적인 매체가 될 수도 있고, 오브제가 될 수도 있고, 그런 것을 활용하면 구현이 용이하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구현하고 있는 과정이고요, 매끄럽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해서 그 부분은 제가 계속 연구를 하고 다듬어가고 새로운 문법을 습득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어떤 유머코드나 일상적 오브제를 활용하거나 이런 것들은 전략적인 사용이었던 것 같아요.

Q 7. 향후 작업 계획

치명타 : 지금 계획 중인 작업은, 어찌 되었건 간에 지금 전 세계를 크게 관통하고 있는 주제가 ‘재난’이잖아요. 코로나-19로 인해서 비로소 수면 위로 올라간 ‘재난’인데, 생각해보면 이 재난이라고 하면 일종의 사회적 참사, 그것은 코로나 이전에도 계속 지속되어 왔고, 코로나라는 어떤 질병과는 달리 또 다른 형태, 이를테면 산재라던가 하는 식으로 우리 곁에 있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비로소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나게 됐지만, 그 이전부터 있었던 재난들과 이 코로나-19를 잇고, 앞으로 어떤 식의 재난이 있을지, 그리고 그 재난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은 누구고 이것을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더 건강하고 민주적으로 될지, 이런 것을 언급하고 싶은데, 작업 방식은 드로잉이나 회화를 이용해서 도감의 형식으로. 사토우치 아이가 글을 쓰고, 마쓰오카 다스히데가 그림을 그린 <모험도감>이라고 있어요. 캠핑을 떠나는 일정을, 준비해야 할 재료, 가서 하면 좋을 것, 요리법, 곤충은 이렇게 채집한다, 이렇게 잔다. 이런 것들을 도감 형식으로 해 놓은 일본 작가의 책이에요. 그것을 오마주를 해서 재난 상황에 처한 일인칭 시점의 창작자가 이 재난을 어떻게 경험하고 경험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이 사람의 주위에 있는 이웃들은 어떤 식의 삶을 살고 있는지를 환기하는 작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현장 Q&A

윤혜린 : ‘작가님은 매끄러운 영상과 거친 듯한 영상 중에서 어떤 영상 작업을 더 선호하시는지’ 여쭤보셨습니다.

치명타 : 물론 기술적으로 매끄러운 영상을 구현하고 싶어 하고요, 다른 작가님의 아주 매끄러운 영상 기술, 최고의 영상 기술을 집합한 그런 작품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저도 그렇게 구현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제가 한 작업을 생각해보면 거칠고 낯선, 덜 다듬어진 영상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딱히 두 개 중에 더 선호하는 게 있다, 그런 것은 아니고요, 각기 다른 장점이 있다 보니까. 그런데 만약에 저도 어떤 기술을 습득해서 잘할 수 있게 되고, 매끄러운 영상 구현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하면 그 언어를 기꺼이 쓰겠죠?

윤혜린 : ‘<실바니안 패밀리즘>의 경우에 동물의 종이나 특징을 고려해서 인형에 역할을 부여한 것인지’ 궁금하시다고 합니다.

치명타 : 저도 이 질문은 처음 받아보았고요, 신박한 질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왜 신박하냐면 저는 그런 뜻이 없었거든요. 실바니안 인형을 콜렉팅 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기본 세팅이 토끼 인형이 기본이에요. 그리고 거기서 좀 변주된 독특한 애들이 고슴도치, 수달, 코끼리 이런 애들인데, 구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동물을 구하고 중복되지 않는 선에서 하나씩 세팅을 했어요. 그런데 ‘난민편’에서의 아기 수달은 수달이라는 정체성과는 상관이 없지만, 아기로 설정한 것에는 이유가 있 어요. 청소년이나 아동들의 발언을 보통 신뢰하지 않거나, 하나의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보지 않거나, 이 사람의 보호자의 의견을 더 맹신하거나 하잖아요. 그래서 난민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그 사람이 나와 똑같은 일 인분의 가치를 가진 그런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이 하등하고, 또 이 사람이 하는 말이 중요하지 않고. 이렇게 대하는 문맥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아기 캐릭터로 설정을 했어요. 그런데 동물별로 그런 건 없어요.

​※ 본 글은 '작가와의 대화'의 대화록을 참고하여 부분 발췌, 정리 하였습니다.

Copyright©

C.A.S. 2020

  • 블랙 인스 타 그램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