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에 대한 혐오 : Intro

P는 복수(plural)이자 개인(person), 또 그 외 여럿, 곧 익명이다.

보는 작품, 보는 이에 따라 이 빈 곳에  무언가  또는  누군가를  위치시킬 수 있다.

이렇게 제목에 익명을 넣는 방식은 20세기 초 사회적 혼란기에, 집단이면서 개인인 불특정 대상을 상징하기 위해 쓰였다.

이러한 형식에는 갈등과 우울의 뉘앙스 또한 스며 있다.

혐오는 인간사 이래 지속하여 존재해왔다. 위협이 되는 것, 해로운 것을 피하려는 본능이 우리를 생존케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혐오는 필연적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혐오’라는 키워드와 논제가 유례없이 뜨거운 감자인데, 소통이 부재한 상황에서 잠복해있던 혐오가 가시화되며 폭발하듯 논의와 의견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결부되어 더욱 빠르게 번졌고, 네트워크를 통해 세상의 이질적 타자들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혐오는 혐오를 낳고 혐오라는 화두는 더 이상 우리의 사고에서 떼 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전시는 혐오를 규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혐오는 그 자체로 강렬한 감정이기에 매몰되기 쉽다. ‘혐오’를 검색하면 이에 대한 정의보다 ‘어떠한 것’에 대한 혐오라는 키워드가 쏟아져나온다. 익명성이 없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목적어 없이 혐오에 대해 질문해도 답에는 자연스레 목적어가 등장한다. 이외에 간혹 있는 의견은 혐오를 퇴치하자는 것이다.

혐오는 생존을 담당했던 본능적인 감정이기에 이를 제거할 수는 없다. 본 전시에서는 혐오의 세상이 된 지금, 혐오 자체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휩쓸리기 쉽고 강렬한 혐오의 바다에서 자신의 좌표를 지정해 보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하여 등장할 혐오라는 감정과 이와 동반하는 사건들 속에서 지표가 될 것이다.

 

본 전시는 감각, 타자, 사회, 개인이라는 네 주제로 구성되며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초기에 혐오는 오염과 질병을 피하기 위한 생존적 감각에서 시작되는데, 이가 본능에 따른 감각적 혐오다. 이 원초적 감각은 또 다른 위협인 외부의 타자로부터 자아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하여, 욕망과 더러움의 투사, 경계짓기를 통해 타자에게 전이된다. 전이된 혐오는 자연스럽게 비슷한 속성을 지닌 공동체로 스며들어, 사회 내외적으로 공유되면서 다양한 양태로 확장한다. 사회적으로 만연해진 혐오는 결국 그 안에 속한 개인에게 되돌아온다. 일방향으로 시작했으나 순환적인 방향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혐오의 양상을 비추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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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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